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제 성장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사상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경제 정책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의 정책이 신자유주의의 기반이 되어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본 글에서는 그의 생애, 경제학적 기여, 정치철학, 그리고 논란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1. 밀턴 프리드먼의 생애와 학문적 성장
밀턴 프리드먼은 1912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헝가리 출신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는 학업에 매진하여 러트거스 대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시카고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경제학을 연구하면서 정부 개입의 비효율성에
대한 인식을 키우게 되었고, 이는 이후 그의 자유시장 경제 사상의 토대가 되었다.
그는 1946년부터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학문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곳에서 그는 수많은 경제학자를 배출하며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 of Economics)”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의 연구는 거시경제학뿐만 아니라 미시경제학, 경제사, 경제통계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2. 경제학적 기여와 통화주의 이론
프리드먼의 가장 중요한 경제학적 기여 중 하나는 통화주의(monetarism)
이론이다. 그는 화폐 공급량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1963년 안나 슈워츠(Anna Schwartz)와 공동 저술한 *《미국 화폐의 역사》(A Monetar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867–1960)*에서 1929년 대공황이 정부의 잘못된 통화정책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오히려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중앙은행은 통화 공급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주류 경제학이었던 케인스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이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적인 이론은 항상소득 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 이다. 1957년 출간한 *《소비 함수 이론》(A Theory of the Consumption Function)*에서 사람들은 단기적인 소득 변동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평균 소득(항상소득)에 기반하여 소비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소비 이론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거시경제학과 소비 연구에 혁신을 가져왔다.
3. 정치철학과 경제 정책에 미친 영향
프리드먼은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경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62년 출간한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에서 자유시장경제가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보장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제철학은 미국
보수주의 및 자유주의 사상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으며,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영국 마거릿
대처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최저임금제를 반대했으며, 노동 시장에서 정부 개입이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개념을 제안하여, 일정 소득 이하의 사람들에게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의 기본소득제(Basic Income)와 유사한 개념으로 평가받는다.
4. 논란과 비판: 신자유주의와 사회적 영향
프리드먼의 사상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핵심 이론이
되었으며, 전 세계적인 경제 자유화와 민영화, 금융 개혁
등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켰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그의 이론을 적용한 일부 국가에서 실업률 증가와 사회 안전망 약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금융 자본주의를 정당화한 이론가”라는 비판도 받았다.
또한,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논쟁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그는 1968년 필립스 곡선이 단기적으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간의 역관계가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효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 새고전학파(New Classical School) 경제학자들은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 이론을 도입하면서 그의 이론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 프리드먼의 유산과 현대 경제학에서의 평가
밀턴 프리드먼은 20세기 경제학에 혁신적인 기여를 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연구는 경제학적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자유시장 경제 이론은 현대 경제 정책의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으며, 통화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사상은 여전히 거시경제학과 정책 연구의 중심에 있다.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와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는 대중들에게 경제학을 쉽게 설명한 대표적인 저서로 널리 읽히고 있으며, 미국 PBS 방송국에서 방영된 동명의 다큐멘터리는 그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6. 결론
밀턴 프리드먼은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제 발전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경제 이론은 20세기 후반 세계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금융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경제학자로서 그는 학문적 업적뿐만 아니라 정책적 영향력에서도
강한 유산을 남겼으며, 그의 사상은 여전히 현대 경제 정책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